“하나님은 사랑이시다”에 대한 종교사적 비교와 키르케고르의 신학적 급진성

키르케고르가 ≪다양한 정신의 건덕적 강화≫ 제3부에서 반복적으로 붙드는 명제는 “하나님은 사랑이시다(Gud er Kjærlighed)”라는 선언이다. 그의 논의에서 결정적인 것은 하나님이 사랑을 행하시는 분이라는 진술이 아니라, 하나님의 존재 자체가 사랑이라는 존재론적 규정이다. 곧 사랑(Kjærlighed)은 하나님의 여러 속성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하나님의 본질(Væsen)을 규정하는 이름이다. 이러한 이해는 요한일서 4장 8절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에 직접적으로 근거한다.1

종교사적으로 볼 때, 신적 사랑 혹은 자비를 강조하는 전통은 기독교 외에도 존재한다. 그러나 “신은 사랑이다”라는 동일성 명제(identity statement)를 신의 존재 규정으로 선언하는 경우는 기독교에서 매우 독특하다.

예컨대 이슬람에서는 알라의 핵심적 속성으로 자비(raḥma)가 강조된다. 꾸란의 거의 모든 수라는 “가장 자비롭고 긍휼이 많으신 하나님의 이름으로(Bismillāh al-Raḥmān al-Raḥīm)”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2 여기서 하나님은 자비롭고 긍휼이 풍성한 분으로 이해되지만, 자비가 하나님의 존재 자체와 동일시되지는 않는다.

힌두교의 바크티(Bhakti) 전통에서도 신과 인간 사이의 사랑과 헌신은 중심적 주제다. 특히 크리슈나 신앙에서 신과 인간 사이의 사랑은 종종 인간의 연인 관계에 비유될 정도로 친밀하게 묘사된다.3 그러나 이 역시 신 존재의 본질 규정이라기보다는 신과 인간 사이 관계적 체험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반면 기독교에서 “하나님은 사랑이시다(ὁ θεὸς ἀγάπη ἐστίν)”4라는 선언은 하나님이 사랑을 베푸신다는 윤리적 진술을 넘어선다. 이는 하나님의 존재와 사랑의 일치, 곧 esse Dei est caritas라는 급진적 명제다. 이 점에서 키르케고르가 “만일 하나님이 사랑이 아니시라면 모든 것이 상실된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그에게 문제는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는가 여부가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이 사랑이심을 믿을 수 있는가 여부다.

따라서 키르케고르의 신앙 개념은 교리적 동의나 형이상학적 증명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은 사랑이시다”라는 명제를 실존적으로 붙드는 결단(Afgørelse)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하나님이 사랑이라는 확신이 무너지는 순간 하나님은 더 이상 신앙의 대상(Gjenstand)일 수 없으며, 그 순간 신앙 전체도 무너진다. 이런 의미에서 “God is Love”라는 기독교의 선언은 단순한 종교 언어가 아니라 기독교 존재론의 가장 중심적인 명제로 이해되어야 한다.


표 1. 주요 종교 전통에 나타나는 신과 사랑 개념의 비교

종교 전통사랑/자비 강조신 존재와 사랑의 동일시 여부특징
기독교매우 강함예“하나님은 사랑이시다”(요일 4:8). 사랑이 하나님의 존재 규정
이슬람매우 강함아니오자비(raḥma)는 중심 속성이지만 존재와 동일시되지는 않음
힌두교 (Bhakti)매우 강함부분적신과 인간 사이의 사랑과 헌신 관계 강조
시크교강함부분적 유사성하나님을 사랑 안에서 경험하나 존재론적 동일시는 약함

Notes

  1. The Greek New Testament reads: “ὁ θεὸς ἀγάπη ἐστίν” (1 John 4:8). ↩︎
  2. The Qur’an opens repeatedly with the formula Bismillāh al-Raḥmān al-Raḥīm (“In the name of God, the Most Compassionate, the Most Merciful”). See The Qur’an, trans. M. A. S. Abdel Haleem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4). ↩︎
  3. Karen Pechilis, The Embodiment of Bhakti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99), 12–31. ↩︎
  4. Søren Kierkegaard, 《Kjerlighedens Gjerninger》, SKS 9, 18; cf. 1 John 4:8. ↩︎

Categories: 작품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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