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95:142, Pap. I A 154

유머(Humor)와 아이러니(Ironie)의 대립

유머와 아이러니는 한 개인 안에서 얼마든지 결합될 수 있다. 둘 다 사람이 세계와 타협하지 않았다는 것(Ikke-Indgaaen med Verden)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이러한 비타협은 세계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세계에 영향을 미치려 하지만, 도리어 바로 그 세계의 조롱을 받는다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 둘은 시소판의 서로 반대되는 두 끝과 같다―곧 일종의 파동 운동(Bølgebevægelse)이다. 유머를 지닌 사람(Humoristen)도 세계가 자신을 우롱한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삶과 싸우는 다른 사람도 종종 패배하여 굴복해야 하지만, 또다시 세계 위로 자신을 들어 올려 그것을 향해 미소 짓기도 한다.

가령 파우스트(Faust)가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 세계를 다시금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 경우가 그러하다.

1836년 4월


일기 해설

여기서 세계를 향해 미소 짓는 것은 아이러니(Ironie)에 더 가깝다.

구조는 다음과 같다.

  • 유머(Humor): 세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초연하게 웃는다.
  • 아이러니(Ironie): 세계와 싸우다가 패배하기도 하지만, 다시 세계 위로 올라서서 세계를 내려다보며 미소 짓는다.

따라서 파우스트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를 향해 짓는 미소는 아이러니적 미소다. 다만 키르케고르는 유머와 아이러니를 완전히 분리하지 않는다. 둘은 시소의 양 끝처럼 한 인간 안에서 교차할 수 있다. 핵심적인 차이는 ‘미소’ 자체가 아니라 그 미소가 생겨나는 관계다. 세계와의 싸움을 거쳐 생긴 거리라면 아이러니이고, 세계를 애초부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초연함이라면 유머다.

참고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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