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tionen
“매개(Mediation)“라는 표현은 실제로는 헤겔에게서 사용된 적이 없다. 이 용어는 덴마크의 헤겔주의자들이 헤겔의 개념인 Vermittlung(매개, 중개, 화해)을 번역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다.
예를 들어 덴마크의 신학자이자 헤겔주의자인 Adolph Peter Adler는 『헤겔의 객관논리에 대한 대중 강의』(1842)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헤겔 체계를 특징짓는 변증법적 운동(dialectiske Bevægelse)은 단순히 부정(Negation)에만 있지 않다.
헤겔에게 변증법(Dialectik)은 직접성(Umiddelbarhed)이 필연적으로 그 반대자로 넘어가는 운동뿐 아니라, 직접성과 사유(Tanke)가 함께 더 높은 통일(Eenhed)로 나아가는 필연성도 의미한다.
따라서 변증법은 부정(Negation)과 매개(Mediation) 모두를 포함한다. 부정은 직접성이 그 반대로 넘어가는 것이며, 매개는 서로 대립하는 것들(Modsætninger)이 더 높은 통일 안에서 화해(Forsoning)하는 것이다.
해설
이 주석은 『반복』의 가장 논쟁적인 문장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키르케고르는 조금 전 이렇게 말했다.
“Gjentagelsen er egentlig det, man af en Feiltagelse har kaldt Mediationen.”
“반복은 사실 사람들이 착각하여 매개(Mediation)라고 불러 온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용어 싸움이 아니다. 당시 덴마크 헤겔주의 전체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헤겔의 Vermittlung
헤겔에게 중요한 것은 Vermittlung이다.
보통 한국어로는
- 매개
- 매개화
- 중개
- 화해
등으로 번역한다. 기본 구조는 다음과 같다.
| 1단계 | 2단계 | 3단계 |
|---|---|---|
| 직접성(Umiddelbarhed) | 부정(Negation) | 매개(Vermittlung) |
즉
- 어떤 것이 있고
- 그것이 자기 반대와 충돌하며
- 결국 더 높은 통일(Eenhed) 안에서 화해된다.
Adler의 설명
주석에 인용된 Adler의 설명은 거의 교과서적인 헤겔 해설이다. 그는 말한다.
부정(Negation)은 반대자로 넘어감이고,
매개(Mediation)는대립자들의 화해(Forsoning)이다.
즉 헤겔의 핵심은 대립 → 통일이다.
키르케고르의 비판
그런데 키르케고르는 묻는다. 그 통일이 도대체 어떻게 생겨나는가?『반복』 본문에서 그는 이렇게 비판했다.
매개가 두 계기(Moment) 안에 이미 들어 있었던 것인가? 아니면 전혀 새로운 것이 나타난 것인가? 그 누구도 이것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매개(Mediation) 대신 반복(Gjentagelse)을 제안한다.
왜 반복인가?
헤겔의 매개는 개념(Logik)의 운동이다.
반면 키르케고르의 반복은 Tilværelse의 운동이다.
헤겔은 모순이 더 높은 통일로 해결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키르케고르는 개별자는 오늘도 다시 살아야 한다.
사랑도 다시 사랑해야 한다.
믿음도 다시 믿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문제는 논리적 종합이 아니라 실존적 재현존이다.
Tilværelse 연구와의 직접적 관련성
Tilværelse 개념을 생각하면, 이 주석은 매우 중요하다.
헤겔적 Vermittlung은 기본적으로 개념의 자기 전개이다.
반면 『반복』의 핵심 문장은“Tilværelsen, som har været til, bliver nu til.”이다.
여기서는
- 존재(Væren)
- 무(Intet)
- 개념(Begriff)
이 아니라 Tilværelse자체가 문제다. 그리고 Tilværelse는 논리적으로 종합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시 생성된다(bliver til).
매우 중요한 점
이 주석을 통해 우리는 키르케고르가 왜“반복은 매개가 아니다”가 아니라“반복은 사람들이 매개라고 잘못 불러 온 것이다”라고 말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단순히 헤겔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헤겔이 설명하려 했던 문제, 즉
동일성과 변화
존재와 생성
과거와 현재
의 관계를 더 정확하게 설명하는 범주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범주가 바로 반복(Gjentagelsen) 이다.
따라서 『반복』에서 “매개” 비판은 단순한 반헤겔주의가 아니다. 키르케고르는 헤겔의 문제의식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개념의 운동으로 설명될 수 없고 오직 Tilværelse의 운동으로만 설명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Vermittlung(매개)의 자리에 Gjentagelse(반복)를 놓는다. 그리고 바로 이 점 때문에 반복은 단순한 심리학적 반복이 아니라, Tilværelse가 다시 생성되는 방식, 곧 존재가 현재 속에서 새롭게 되어 가는 방식(bliver til)의 철학적 범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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