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읽기: 하나님 지식은 곧 자기 지식
그렇다. 칼뱅도 『기독교강요』(Institutio Christianae Religionis)를 바로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자기를 아는 지식’의 관계로 시작한다. 다만 “하나님 지식은 곧 자기 지식이다”라고 완전히 동일시하기보다는, 두 지식은 서로 분리될 수 없고 서로를 불러일으킨다고 표현하는 편이 정확하다.
『기독교강요』 I.1.1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은 뜻이다.
우리가 지닌 참되고 건전한 지혜는 거의 전적으로 두 부분, 곧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우리 자신을 아는 지식으로 이루어진다.
라틴어로는 ‘하나님과 우리 자신에 대한 지식’(cognitio Dei ac nostri)이다. 칼뱅은 곧이어 이 두 지식이 여러 결속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것이 먼저이고 어느 것이 다른 것을 산출하는지 분별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기독교강요』 I.1
자기 지식에서 하나님 지식으로
칼뱅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을 살펴보면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한다.
- 자신의 생명과 모든 은사가 자기에게서 나오지 않았다는 것
- 자신의 무지와 허영과 빈곤과 연약함
- 자신의 부패와 죄
- 참된 지혜와 능력과 선은 하나님께만 있다는 것
따라서 참된 자기 인식(cognitio nostri)은 인간을 자기 안에 가두지 않고 하나님을 찾도록 이끈다. 자신의 결핍을 알게 될수록 그 결핍을 채우시는 하나님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 방향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자신을 참되게 알면 하나님을 찾게 된다.
하나님 지식에서 자기 지식으로
그러나 칼뱅은 반대 방향을 더욱 결정적으로 제시한다. 인간은 먼저 하나님의 얼굴을 바라본 다음 자기 자신을 내려다보기 전까지는 참된 자기 인식에 도달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기 자신만을 기준으로 삼을 때 스스로를 의롭고 지혜롭고 거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의와 지혜와 거룩함 앞에 서면, 자신이 의롭다고 여겼던 것이 불의로, 지혜라고 여겼던 것이 어리석음으로, 능력이라고 여겼던 것이 무능으로 드러난다.
칼뱅은 이를 대낮의 태양에 비유한다. 밤에는 별이 매우 밝게 보이지만 태양이 떠오르면 그 빛은 희미해진다. 인간의 의로움도 인간끼리 비교할 때는 빛나 보이지만 하나님의 완전함 앞에서는 전혀 다르게 드러난다.
따라서 이 방향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하나님을 알기 전에는 자신을 참되게 알 수 없다.
키르케고르와의 공통점
이 점에서 칼뱅과 키르케고르의 명제는 매우 가깝다.
키르케고르는 NB24:159에서 말한다.
“하나님을 아는 것 없이, 또는 하나님 앞에서가 아니고서는 참된 자기 인식이 없다.”
(Ingen sand Selverkjendelse uden Gudserkjendelse, eller for Gud.)
칼뱅 역시 인간이 하나님의 얼굴을 바라본 뒤 자신에게로 내려오기 전에는 참된 자기 지식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두 사람의 공통된 구조는 이렇다.
자기 자신만을 바라봄
→ 자기기만과 자기만족하나님 앞에 섬
→ 참된 자기 모습의 폭로
→ 겸손과 회개
두 사람 모두 자기 지식을 독립적인 심리적 자기 탐구로 이해하지 않는다. 자기는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만 참되게 알려진다.
차이점: 칼뱅은 ‘하나님의 얼굴’, 키르케고르는 ‘말씀의 거울’
강조점에는 차이가 있다.
칼뱅의 기본 구조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cognitio Dei)과 ‘우리를 아는 지식’(cognitio nostri)의 상호 연관이다. 창조주 하나님의 위엄과 완전함을 알게 될 때 피조물이며 죄인인 인간의 실상이 드러난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존재론적·신학적 차이가 중요하다.
키르케고르는 이 구조를 독서와 실존의 사건으로 더욱 집중시킨다. 하나님 앞에 선다는 것은 말씀의 거울(Ordets Speil) 앞에 서는 것이며, 그곳에서 독자는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다”(Du est Manden)라는 직접적인 호명을 받는다.
따라서 두 사람을 이렇게 대비할 수 있다.
| 칼뱅 | 키르케고르 |
|---|---|
| 하나님 지식과 자기 지식은 상호 연결된다 | 말씀을 읽는 것은 말씀에 의해 자신이 읽히는 것이다 |
| 하나님의 완전함 앞에서 인간의 비참함이 드러난다 | 말씀의 직접적인 호명 앞에서 자기기만이 폭로된다 |
| 자기 지식은 하나님을 찾도록 이끈다 | 자기 인식은 회개와 행함으로 이어져야 한다 |
| 하나님의 얼굴 앞에서 자신을 안다 | 말씀의 거울 앞에서 자신을 본다 |
물론 이것은 절대적인 구분은 아니다. 칼뱅도 하나님의 말씀을 결정적으로 중시하며, 키르케고르도 하나님과 인간의 질적 차이를 전제한다. 다만 각 저술의 논증이 집중되는 지점이 다르다.
결론
따라서 칼뱅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하나님 지식과 자기 지식은 서로 동일하지 않지만 분리될 수도 없다. 인간은 자신을 알 때 하나님을 찾게 되고, 하나님 앞에 설 때 비로소 자신을 참되게 알게 된다.
그리고 키르케고르는 이 고전적인 종교개혁의 통찰을 말씀 해석의 문제로 첨예화했다고 볼 수 있다.
칼뱅: 하나님을 앎으로써 자신을 안다.
키르케고르: 말씀 앞에서 하나님 앞에 서며, 말씀이 “바로 너다”라고 할 때 자신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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