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떨림》 작품 해설
(Frygt og Bæven, 1843)
- Fear and Trembling: A Dialectical Lyric
- Frygt og Bæven: Dialectisk Lyrik
- Johannes de Silentio
- 1843
- KW6, SKS4, SV3
도입
1843년은 키르케고르 저작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 가운데 하나이다. 이 해에 그는 《이것이냐 저것이냐》, 《반복》, 그리고 《두려움과 떨림》을 연이어 발표했다. 이 작품들은 서로 다른 가명을 통해 쓰였지만, 모두 인간 존재의 깊은 문제를 탐구한다.
《두려움과 떨림》은 요하네스 드 실렌티오(Johannes de Silentio)라는 가명으로 쓰였다. 이 이름은 문자 그대로 “침묵의 요한”이라는 뜻이다. 이 가명은 이미 이 작품의 성격을 드러낸다. 저자는 신앙을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신앙이 얼마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인간의 이성으로는 얼마나 설명할 수 없는 것인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성서의 한 장면이 있다. 그것은 창세기 22장에서 아브라함이 하나님에게서 아들 이삭을 바치라는 명령을 받는 이야기이다. 키르케고르는 이 사건을 통해 인간 존재와 신앙의 가장 깊은 역설을 탐구한다.
핵심 논제
《두려움과 떨림》의 핵심 질문은 단순하다.
아브라함은 어떻게 “믿음의 조상”이 될 수 있었는가?
윤리의 관점에서 보면 아브라함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려 한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서는 아브라함을 살인자로 부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믿음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키르케고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신앙의 역설을 발견한다. 윤리는 보편적인 규범을 따른다. 그러나 신앙은 때로 인간을 그 보편적인 윤리를 넘어서는 개별적인 하나님과의 관계 속으로 이끈다.
이때 인간은 윤리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윤리를 넘어서는 “신앙의 역설” 속에 들어간다. 키르케고르는 이것을 “윤리적인 것의 목적론적 정지”(teleologisk Suspension af det Erotiske)라고 부른다.
이 말은 윤리가 폐기된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윤리가 잠시 멈추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 장면 세 가지
1. 아브라함의 침묵
키르케고르는 반복해서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다시 상상한다. 그는 아브라함이 이삭에게 무엇을 말했는지 묻는다. 그러나 성서는 아브라함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아브라함은 자신의 행동을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다. 그는 사라에게도, 이삭에게도, 종들에게도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신앙의 결단은 다른 사람에게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침묵은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신앙의 침묵이다. 인간은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때로 설명할 수 없는 결단 속으로 들어간다.
2. 무한한 체념의 기사
키르케고르는 신앙을 설명하기 위해 “무한한 체념의 기사”라는 인물을 제시한다. 무한한 체념의 기사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도 내면적으로 그것을 영원 속에 보존한다. 그러나 키르케고르는 이것이 아직 신앙이 아니라고 말한다.
무한한 체념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윤리적 결단이지만, 신앙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3. 믿음의 기사
신앙의 사람은 “믿음의 기사”이다. 믿음의 기사는 체념을 통해 모든 것을 하나님에게 맡긴 후에도 다시 그것을 이 세계 속에서 받아들인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하나님에게 바치려고 했지만 동시에 하나님이 다시 이삭을 돌려주실 것을 믿었다. 이것은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역설이다. 그러나 바로 이 역설 속에서 신앙이 탄생한다.
오늘의 적용
《두려움과 떨림》은 단순히 성서 해석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종종 신앙을 이해 가능한 체계로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키르케고르는 신앙이 인간의 이성을 넘어서는 역설적 관계라고 말한다. 신앙은 윤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윤리적 삶으로 환원될 수도 없다. 신앙은 하나님 앞에서 한 사람이 서는 실존적 결단이다. 따라서 《두려움과 떨림》은 우리에게 묻는다.
나는 하나님 앞에 서 있는 단독자인가?
카리스 아카데미 번역
《두려움과 떨림》 — 성서적 언어로 다시 읽는 키르케고르
《두려움과 떨림》(Frygt og Bæven)은 키르케고르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며,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야기를 통해 신앙의 역설을 탐구한 고전이다. 이 작품은 철학, 신학, 문학을 모두 가로지르는 텍스트로, 19세기 이후 수많은 해석과 번역을 낳았다.
카리스 아카데미에서 출간된 《두려움과 떨림》 번역서는 이러한 전통 속에서 기존 번역과는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이 번역은 단순히 철학적 개념을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키르케고르가 실제로 의도했던 성서적 언어와 신앙의 맥락을 회복하려는 시도이다.
1. 성서적 어휘를 중심으로 한 번역
카리스 아카데미 번역의 가장 큰 특징은 성서적 어휘를 중심으로 번역했다는 점이다.
키르케고르는 자신의 저작에서 성서를 끊임없이 인용하고, 성서적 표현을 자신의 사유 속에 깊이 통합한다. 특히 《두려움과 떨림》은 창세기 22장의 아브라함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성서적 언어를 떠나서는 이 작품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번역에서는 가능한 한 성서적 표현과 어휘의 맥락을 살리는 것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다. 이는 단순히 문장을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 키르케고르가 사용한 언어가 지닌 신앙적 울림과 성서적 배경을 함께 전달하려는 시도이다.
2. 철학적 번역이 아닌 신학적 독해
기존의 많은 번역은 《두려움과 떨림》을 주로 철학 텍스트로 이해하고 번역해 왔다. 이 과정에서 작품은 윤리 철학이나 실존 철학의 맥락 속에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키르케고르 자신에게 이 작품은 단순한 철학적 논의가 아니라 신앙의 문제를 다루는 글이었다. 그는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존재하게 되는지를 탐구했다.
카리스 아카데미 번역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이 작품을 철학적 개념서가 아니라 신학적 사유의 텍스트로 읽고 번역했다. 즉, 윤리와 신앙의 긴장을 단순한 철학적 문제로 축소하기보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 속에서 이해하려는 관점을 취했다.
3. 덴마크어 원문을 참고한 국내 최초 번역
이 번역서의 또 하나의 특징은 덴마크어 원문을 직접 참고하여 번역한 국내 최초의 번역본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두려움과 떨림》 번역은 대부분 영어 번역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키르케고르의 글은 덴마크어 특유의 표현과 뉘앙스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언어적 특징은 다른 언어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종종 희미해지곤 한다.
카리스 아카데미 번역은 이러한 문제를 고려하여 덴마크어 원문을 직접 대조하면서 번역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키르케고르 특유의 문체와 표현, 그리고 개념의 미묘한 차이를 가능한 한 충실하게 전달하려 했다.
4. 키르케고르를 다시 읽기 위한 번역
《두려움과 떨림》은 오랫동안 실존철학의 고전으로 읽혀 왔다. 그러나 키르케고르의 저작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그의 사유의 중심에는 언제나 신앙과 하나님 앞의 인간 존재라는 문제가 놓여 있다.
카리스 아카데미 번역은 바로 이 점을 다시 드러내려는 시도이다. 이 번역은 키르케고르를 단순한 철학자로 읽는 것이 아니라, 신앙의 문제를 탐구한 사상가로 다시 읽도록 안내한다.
따라서 이 번역서는 단순한 새로운 번역본이 아니라, 키르케고르의 대표작을 성서적이고 신학적인 맥락 속에서 다시 읽기 위한 하나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카리스 아카데미 번역의 특징 요약
- 성서적 어휘와 표현을 중심으로 한 번역
- 철학적 개념 중심이 아닌 신학적 독해
- 덴마크어 원문을 참고한 국내 최초 번역
- 키르케고르의 신앙적 사유를 드러내는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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