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은 정치에 참여해야만 하는가?
— 십자가의 실족을 기준으로
1. 문제의 전제
“크리스천은 정치에 참여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히 시민적 책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교회론적 질문이다. 만일 교회의 본질이 도덕적 영향력 확대에 있다면, 정치 참여는 거의 필연적일 것이다. 그러나 교회의 본질이 십자가의 길, 곧 Ringhed(비천함)와 Offeret(제물됨)에 있다면,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재구성된다.
정치는 권력과 관련된 영역이다. 반면 복음은 권력의 포기가 중심에 있다. 이 긴장 속에서 질문은 더 정밀해진다. 참여의 의무를 묻기 전에, 그 참여가 무엇을 변형시키는지를 물어야 한다.
2. 예수의 태도: 무관심이 아니라 무한한 차이
예수는 정치적 질문을 회피하지 않으셨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마 22:21)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이 말씀의 핵심은 정치적 중립 선언이 아니라, 하나님과 세속 권력 사이에 세워진 uendelig svælgende Forskjel—무한히 깊은 차이—였다.
그는 정치 문제를 곧바로 신앙의 문제로 승격시키지 않으셨고, 세속 권력을 하나님과 동일 평면에 놓지 않으셨다. 오히려 그는 세속적 열정을 상대화하고, 하나님의 문제를 하나님께 돌려놓으셨다. 이 점에서 그의 태도는 무관심(uendelig Ligegyldighed)이 아니라, 질적 구별이었다.
3. 십자가의 실족과 정치적 기독교
바울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Forargelse)이라고 말했다(고전 1:23). 십자가는 본질적으로 실족이다. 그것은 인간의 도덕적 확신을 무너뜨리고, 집단적 자부심을 해체하며, 권력 욕망을 폭로한다. 문제는 정치와 결합하는 순간 이 실족이 점차 제거된다는 데 있다.
정치적 구조 안에서 십자가는 쉽게 다음과 같이 변형된다:
- 회개 대신 도덕적 우월감
- 자기 부정 대신 집단 정체성 강화
- 고난 대신 승리 서사
- 비천함 대신 영광(Herlighed)
십자가가 더 이상 나를 고발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가 옳다”는 확신을 강화하는 기호가 되는 순간, 그것은 이미 변형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십자가의 실족을 제거한 타락”이다.
4. 정치 참여 자체는 죄인가?
그렇지 않다. 예언자들은 권력을 비판했고, 세례 요한은 헤롯을 책망했다. 신앙은 공적 영역과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 문제는 참여의 존재 방식이다. 정치 참여가 다음과 같은 구조를 취할 때, 위험이 발생한다:
- 특정 정당이나 이념을 곧 “하나님의 편”으로 동일시할 때
- 정책 문제를 곧 구원의 문제로 격상할 때
- 당파적 열정(Parti-Lidenskab)을 신앙적 열정으로 혼동할 때
- 영향력 확대를 영광의 징표로 해석할 때
이 순간 세속성(Verdslighed)은 경건(Gudelighed)으로 치장(sminke sig op til)된다.
5. 교회의 본질은 무엇인가
교회의 본질은 권력 확보가 아니라, 존재 형성이다. 교회는 집단 동원의 조직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선 개별자의 결단(Afgørelse)이 일어나는 자리다. 정치적 교회는 가시적이고, 동원되고, 소리친다. 십자가의 교회는 비가시적이고, 오해받고, 약해 보인다. 전자는 영향력을 확장하지만, 후자는 존재를 형성한다. 만일 정치 참여가 교회를 십자가의 길에서 벗어나게 한다면, 그것은 단지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 본질의 변형이다.
6. 그렇다면 답은 무엇인가
크리스천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참여 “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방향을 잘못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 참여 여부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 이 참여가 십자가의 실족을 유지하는가?
- 아니면 그것을 제거하는가?
- 이 참여가 나를 낮추는가?
- 아니면 나를 확장하는가?
교회가 정치적 힘을 잃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교회가 십자가를 잃는 것은 본질의 상실이다.
7. 결론
크리스천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참여는 언제나 십자가의 기준 아래 있어야 한다. 십자가의 실족이 제거되는 순간, 정치적 기독교는 더 이상 기독교가 아니다. 교회가 세상에서 영향력을 갖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회가 여전히 십자가의 길 위에 서 있는가이다. 만일 선택해야 한다면, 교회는 영향력보다 십자가를 택해야 한다. 왜냐하면 십자가를 잃은 교회는 세상에서 무엇을 얻는다 하더라도, 이미 모든 것을 잃은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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