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4, Pap. VII1 C 5
전체적으로 무의식적인 세계에서는, 외부 세계가 가하는 압력과 개체가 가하는 반작용이 동일하다. 자발성(spontaneity)의 최초 흔적은 이 압력과 반작용이 제3의 요소-일반 감각(general feeling), 감정(feeling), 자기 감정(self-feeling)-을 통해 매개될 때 드러난다.
무의식(Unconsciousness)
그런 다음에는 인상을 수용할 수 있는 물질(감응성 있는 물질, 즉 신경계)이 형성되어야 하고, 이어 외부 세계(world-consciousness)가 존재해야 하며, 그다음에는 인상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과정(내재화 Innerung, 혹은 더 높은 차원에서는 기억 Erinnerung)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보존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면, 자기 의식(self-consciousness)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나아가 하나님 의식(God-consciousness)으로 이어진다.[1]
동물들은 본능에 따라 움직인다:
자연 본능(natural instinct), 기술 본능(artistic instinct), 이동 본능(migratory instinct).[2]
아이에게는 이해력(understanding)이 있고, 사춘기에는 상상력(imagination)이 생기며, 그 뒤에는 이성(reason)이 나타난다.[3]
그리고 인간 유기체가 동일한 원초 세포(primal cells)의 반복된 재생을 통해 발달하듯이, 기억(memory)도 마찬가지로 반복(repetition)을 통해 형성된다.[4] 또한 유기체 내에 전체성을 향한 경향(striving toward totality)이 존재하듯, 상상력(imagination) 역시 전체성(totality)을 향한다. 즉, 상상력은 인간을 완성한다.
[1] 이 부분은 Ernst von Carus의 ≪Psyche≫에서 논의된 사유를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키르케고르가 말하는 무의식(Bevidstløshed)에서 의식(Bevidsthed)으로의 이행은 단순히 심리학적 발전 단계라기보다, 존재론적-더 나아가 신학적-진전을 시사합니다.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진행이 도식화됩니다:
- 무의식(Unconsciousness) – 외부 세계의 압력과 존재 내부의 반작용이 동일하게 주어진 상태입니다.
- 느낄 수 있는 실체의 형성 – 즉, 감수성 있는 물질, 곧 신경계의 형성입니다.
- 세계의식(Weltbewusstsein) –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 자신을 형성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 기억과 회상(Innerung / Erinnerung) – 경험을 내면화하고 저장하는 능력입니다.
- 자기의식(Selvbevidsthed) – 기억의 축적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나’라는 의식이 생깁니다.
- 신의식(Gudsbevidsthed) – 자기의식의 고차원적 확장이자, 인간의 영적 궁극성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Carus가 말한 바와 같이 기억이 인간의 ‘세계로부터의 분리'(개별성)를 가능하게 하며, 동시에 ‘신 앞에 선 단독자’로서의 가능성-곧 영원과의 관계-를 열어주는 기반이라는 점과 연결됩니다. 이러한 관점은 키르케고르가 실존을 단순한 ‘심리적 자각’이 아닌, 하나님 앞에 있는 ‘단독적 자기’의 형성이라는 신적 목적론 속에서 바라보았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 줍니다.
[2] 키르케고르의 글에서 등장하는 동물의 세 가지 본능(Naturdrift, Kunstdrift, Vandredrift)은 Ernst von Carus의 ≪Psyche≫에서 언급되는 동물 영혼 형성의 단계들에 해당하며, 각 본능은 동물 존재의 특징적인 방식으로 세계와 관계를 맺는 구조를 보여준다.
- Naturdrift (자연 본능): 동물이 생존을 위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본능이다. 예: 먹이 섭취, 짝짓기, 자기 보호 등. 생리적, 생존적 본능으로, 번식 본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 Kunstdrift (기술 본능): 도구를 만들거나 환경을 구성하는 능력이다. 예: 거미가 거미줄을 치고, 새가 둥지를 짓는 행동. 이는 인간의 ‘기술적 사고’와도 유사하지만, 동물에게는 본능적으로 주어진 것이다.
- Vandredrift (이동 본능): 특정 계절이 되면 무리 지어 이동하는 본능이다. 예: 철새의 이동, 연어의 회귀 등. 이는 생존과 번식을 위한 공간적 이동을 본능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Carus는 이러한 본능들을 통해 동물의 ‘영혼’ 형성이 단순 생리적 반응을 넘어 구조화된 방향성과 목적성을 띠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인간의 의식 형성과도 유비 관계를 이루는데, 키르케고르도 이 흐름을 따라 인간 의식의 전개―무의식 → 감각 → 기억 → 자기의식 → 신의식―속에서 동물의 본능적 형성 단계를 전제로 한 발전 도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세 본능은 단지 동물학적 구분이 아니라, 자기의식과 신의식이 형성되기 전 단계로서의 생명 존재의 ‘자연적 가능성’을 규명하려는 시도로 이해될 수 있다.
[3] 이 구절은 Carus의 ≪Psyche≫에서 제시된 인간 정신의 발달 단계를 가리킨다. Carus는 인간의 정신이 생애의 흐름에 따라 다음의 세 시기를 거쳐 발전한다고 보았다:
- Forstand (이해력, 사고력) – 어린 시기의 단계, 어린아이는 외부 세계를 인식하고 구분하는 기본적인 이해력을 발달시킨다. 이 시기의 주된 특징은 감각적 자극과 경험을 논리적으로 분류하고 해석하려는 시도이다.
- Phantasie (상상력) – 사춘기 시기의 단계, 청소년기에는 풍부한 상상력이 전면에 나선다. 이 시기는 감정의 폭이 커지고, 자아 탐색과 더불어 예술적, 낭만적 성향이 두드러진다.
- Fornuft (이성) – 성인의 단계, 성숙한 정신의 단계로, 이성적 판단력이 중심이 된다. 경험과 감정을 종합하여 전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 즉 도덕적, 철학적 사유의 능력이 이 단계에서 성립된다.
키르케고르가 이 단계를 인용하는 이유는, 실존적 자기 인식의 전개가 단지 시간적 성장의 결과가 아니라 자기-되기(selvblivelse)의 역동적 과정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즉, 이해력은 외부 세계를 받아들이는 능력, 상상력은 가능성을 탐색하는 창조성, 이성은 자기로서 자기에게 책임지는 실존적 자기의 형성이라는, 존재의 형성 과정으로 종합될 수 있다.
[4] Carus의 ≪Psyche≫에서 인용된 이 구절은 인간 유기체의 형성과 인간 정신의 발전 사이의 유비를 통해, 반복과 완성이라는 주제를 드러낸다. 요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신체의 반복적 형성 – Urzellen (원세포), Carus는 인간 신체의 구조가 미세한 원세포(Urzellen)의 끊임없는 반복적 형성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인체라는 놀라운 구조는 무수히 반복되는 하나의 단위(즉, 현미경적 세포)를 반복적으로 배치함으로써 비로소 완성된다.” → 이는 생물학적으로도 진보적인 통찰이며, 생명의 기초 단위를 강조한다.
- 정신의 발전 – 반복되는 표상들의 축적, 정신의 세계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발전이 일어난다. “정신의 무한을 향한 형성 또한 무수한 표상들(Vorstellungen)의 반복적 정착을 통해 점점 완성되어 간다.” → 즉, 정신은 단일한 계시가 아니라 끊임없는 경험과 내면화, 기억의 축적으로 이루어진다.
- 상상력(Phantasie)의 역할 – 인간을 완성시키는 능력, 상상력은 오류와 혼란의 위험성을 품고 있지만, 동시에 가장 중요한 정신의 운동성을 가능하게 한다. “상상력은 정신의 다양성과 내적 풍요를 증대시켜 지성의 훈련과 발전을 위한 넓은 장(field)을 연다.” → 궁극적으로, 상상력은 이해력(Verstand)과 이성(Vernunft)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며, “우주 앞에서 언제나 불충분해 보일 수밖에 없는 인간 개인(Individuum)을, 일정한 의미에서 ‘완성시켜준다(completirt).’”
요약: Carus는 인간 존재를 단지 주어진 것으로 보지 않고, 생리적, 심리적, 정신적 차원에서 형성되고 완성되어 가는 과정적 존재로 봅니다. 생물학적으로는 세포의 반복이 인간을 만들고, 정신적으로는 상상력의 반복된 작용이 개인을 전체 안에서 의미 있게 완성시킨다는 것입니다. 이 사유는 키르케고르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고, Tilværelsen의 형성, Gentagelse(반복) 개념, 그리고 실존의 ‘형성되는 자기(selvblivelse)’ 사상에 핵심적인 배경이 됩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