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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itas Cordis(마음의 청결)와 부끄럽지 않은 직업에 대하여

서문

우리는 인공지능(AI)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지식은 더 이상 희소하지 않으며, 노동은 더 이상 인간만의 고유 영역이 아니다. 효율·속도·정확성에서 인간은 기계와 경쟁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바로 이 시대에, 인간의 소명(vocation)은 비로소 가장 분명해진다. 소명은 기능이 아니라 존재의 응답이기 때문이다.

이 선언문은 AI 시대에 인간의 소명을 쇠렌 키르케고르의 Puritas Cordis—“한 가지만을 의지적으로 품기 원하는 마음”—의 관점에서 재정식화한다.


제1조 ― 소명은 직업이 아니라 책임이다

소명은 특정 직업, 사회적 지위, 경제적 성과와 동일시될 수 없다. 왕이든 노동자든, 고급 전문직이든 비가시적 돌봄 노동이든, 소명의 기준은 오직 하나다.

그 직업은 영원의 책임(Evighedens Ansvar) 앞에서 감당될 수 있는가?

AI는 과업을 수행할 수 있으나 책임을 질 수 없다. 따라서 소명은 자동화될 수 없다.


제2조 ― 소명은 ‘한 사람(Enkelt)’에게 주어진다

소명은 군중(Mængden)을 향해 주어지지 않는다. 알고리즘, 평점, 트렌드, 다수의 승인 역시 소명의 기준이 될 수 없다.소명은 언제나 한 사람(single individual)에게, 그리고 그 사람이 하나님 앞에 단독자로 서는 자리에서 주어진다.

영원은 집단을 심문하지 않는다. 영원은 개인을 부른다.


제3조 ― 소명의 핵심은  Puritas Cordis이다

Puritas Cordis—마음의 청결—이란 도덕적 완벽함이 아니라 분열되지 않은 의지, 곧 at ville Eet(한가지를 품는 것)이다. AI 시대의 인간은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분열되기 쉽다.

소명은 묻는다.

  • 나는 무엇을 가장 원하고 있는가?
  • 내가 사용하는 수단(Middel)은 내가 말하는 목적(Maal)과 일치하는가?

제4조 ― 수단과 목적은 영원 안에서 동일하다

영원의 관점에서 볼 때, 수단과 목적은 분리되지 않는다.

수단이 이미 목적을 증언한다.

효율을 위해 진리를 훼손하는 과업,
성과를 위해 인간을 소모하는 방식,
선한 목적을 말하면서 다른 것을 욕망하는 전략은 이미 소명에서 이탈한 것이다.

부끄러움은 실패에서가 아니라 존재의 불일치에서 발생한다.


제5조 ― AI는 인간의 소명을 위협하지 않는다

AI는 인간의 가치를 박탈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기능적 존재가 아니라 책임적 존재임을 드러낸다.

AI는 결과를 낼 수 있지만,

  • 회개할 수 없고
  • 결단(Afgørelse)할 수 없으며
  • 자기 삶을 해명할 수 없다.

따라서 AI 시대는 소명의 종말이 아니라 소명의 순수화의 시대다.


제6조 ― 부끄럽지 않은 과업이 소명이다

부끄럽지 않은 과업이란 다음과 같은 삶의 형식이다.

  • 오늘 이 순간에도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과업
  • 미래 세대 앞에서도 숨지 않아도 되는 과업
  • 하나님 앞에서 침묵 속에서도 감당될 수 있는 과업

그 과업이 작아도 상관없다. 오히려 작기 때문에 더 순수할 수 있다.


제7조 ― 소명은 결과가 아니라 결단이다

소명은 성공 여부로 판정되지 않는다. 영원은 “네가 이루었느냐”를 묻기 전에 “너는 무엇을 원했느냐”를 묻는다.

인간은 목적 달성에 대해 반드시 책임지지는 않지만, 어떤 수단을 선택했는지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진다.

결단(Afgørelse)은 바로 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결어 ― AI 시대에도 인간은 여전히 부름받는다

AI 시대에도 인간은 여전히 부름받는다. 그러나 그 부름은 더 이상 능력의 과시나 성과의 축적이 아니다. 그 부름은 조용하지만 단호하다.

한 가지만을 품어라. 그리고 그 하나를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라.

이것이 AI 시대의 소명이다. 이것이 Puritas Cordis의 현재성이다.

카테고리: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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